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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뽀미 할머니”(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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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241회 작성일 20-05-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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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미 할머니”

올 연말에 나는 어느 해 보다도 훈훈한 시간들을 가질 것 같다. 왜냐하면 둘째 동생 가족이 미국으로 이주를 했기 때문이다. 5남매 중에 장남이었던 나는 둘째와 어렸을 때에 무척이나 싸웠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의 박봉으로 5남매가 살아야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생존경쟁이었다. 자라면서 생존경쟁에서 대학경쟁으로 그것도 여의치 않아서 입대하는 것으로 뒤쫓아 오는 동생들의 학업의 문을 열어주어야 했다. 군대를 제대한 후에 나는 동생들을 위해 미국행을 결심했고 그 덕(?)에 남은 동생들이 대학을 졸업할 수가 있었다. 둘째는 수의사가 되었다. 참 감사한 것은 그의 신앙이다. 하나님의 교회를 열심히 섬기다가 하나님이 주신 은혜로 치료약을 개발하게 되었고 특허를 받았다. 그러고 보니 서로가 직분은 다르지만 이제는 신앙경쟁(?)에 돌입을 한 것 같다.
작년에 한국에 갔더니 동생은 두 노인을 모시고 있었다. 한분은 장모님이셨고 다른 분은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이셨다. ‘뽀미’라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뽀미 할머니’라 부르고 있었다. 동생이 “형, 미국에 갈 때 두 분을 모시고 가려고 하는데 기도 좀 해줘.”라고 말했다. 나는 귀를 의심했다. 동생이 미국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자기 식구들만 와서 정착하는 것도 어려운데 장모님은 그렇다 치고 어떻게 이웃 할머니까지 모시고 갈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는 내게 할머니를 모시고 와서 기도를 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그저 기도했는데 비자를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도 설마 했다. 드디어 날짜를 잡고 두 노인을 모시고 온다는 것이다. 이민생활을 너무나 잘 아는 나는 반대를 했다. 동생이 말한다. “형, 할머니는 미국에 딸이 있어.” 사연은 이러했다. 뽀미 할머니가 젊었을 때 전쟁 통에 시장에 버려진 어린 갓난아이를 데려다 키웠다. 아주 곱게 자랐다. 그런데 고1때 이웃집 사람으로부터 자신이 주워온 아이라는 것을 알고 큰 혼란을 겪게 되었다. 그래도 딸은 공부를 잘해서 명문사대 유명학과 합격을 했는데 호적이 문제가 되자 살던 집을 팔아 엄청난 입학기부금을 하는 조건으로 입학을 시켰고 대학4년을 잘 마치게 되었다. 그런데 졸업한지 얼마 안 되어 딸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사고를 당한 줄 알고 수소문에 수소문을 해본 결과 딸이 사귀는 사람과 아무 말도 없이 도미한 것을 알게 되었다. 낙심 중에도 설마 하면서 딸을 기다린지 십 수 년이 되었다. 절망 중에 있을때에 동생가족과 만나게 되었고 어린 조카들을 키워주다가 정이 들어 어머니처럼 모시게 된 것이다. 올 때가 되자 정작 장모님은 처남들의 만류로 못 오시고 할머니만 모시고 오게 되었다. 집을 정하고 입주예배를 드리자고 해 갔다. 온가족이 모여서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마친 후에 동생이 말한다. “형, 우리 식구가 이게 전부가 아니야, 또 있어. 저 방에 가면 개가 3마리나 있어.” 아니 무슨 개까지 데리고 왔어. 그것도 3마리나. “형, 나는 개 표정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 ‘뽀미’는 나이가 많아서 잘 걷지도 못해, 우리가 어디가면 올 때까지 아무것도 안 먹어 그런데 우리가 짐을 싸고 있는데 그때부터 안 먹기를 시작해 그래서 데리고 왔지.” 신기한 것은 LA 공항에 입국하는데 할머니는 휠체어를 탔지 개 3마리는 짖어대지 그것을 보고 심사관이 무사통과를 시켜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동생에게 신앙경쟁에서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 내외가 귀하게 보였다. 이제 성탄과 연말을 맞이한다. 성탄의 주님은 어디에 계실까, 저 겉모양만 그럴듯한 쇼핑몰이나 집집마다 장식되어진 화려한 decoration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가족으로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천사들은 밤에 자기의 양떼를 지키고 목자들에게 먼저 나타나셨나 보다. 노엘! 노엘!
새생명장로교회 정철목사 (Lak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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