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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하늘가는 밝은 길이”(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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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58회 작성일 20-05-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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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마련해 놓으신 묘지는 산비탈 언덕에 있는 양지 바른 곳에 있었다. 아버지는 오랜 고심 끝에 돌아가신 후에 선친들이 안장된 선산에 가지 않고 자신이 마련하신 땅에 묻히시기를 원하셨다. 나는 오래전 고향을 방문하였을 때 아버지를 따라 그곳을 가보았다. LA 근교의 ‘로즈 힐’과 같이 잔디에 잘 정돈된 공원묘지에 익숙해 있던 나는 손질되지 않은 야산을 보면서 실망을 했었다. 나는 아버지한테 미국의 공원묘지를 말씀드렸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묘지가 미국에 있으면 성묘도 자주 갈 수 있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런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버지는 자신이 마련한 땅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그곳을 좋아하셨다.
그 이후로 오늘이 두 번째다. 아버지는 못 오시고 대신에 동생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왜냐면 아버지가 위독하시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아버지는 이곳의 잡목을 제거하고 잔디를 심어서 아담한 동산으로 만들어 놓으신 것을 보았다. 위편은 전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생기를 품어내고 있었고 산비탈 아래쪽은 냇가로 연결된 논들이 모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가 묻히기를 원하셨다는 지점에서 하늘을 보며 허탈하게 서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산아래서부터 산들바람이 불어와 그 자리에 머물다가 지나가고 하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나는 아버지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평교사로 44년을 재직하시며, 아이들과 함께 뛰놀며 평생을 보내셨는데, 이 산들바람이 머무는 작은 동산이 아버지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나도 기뻤다.
그날 밤 11시 경에 혼수상태에 계신 아버지의 곁에서 성경을 읽어드리다가 아버지께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가 우리 5남매를 잘 키우시느라고 수고가 많으셨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만드신 동산에 가보니 너무나 아름답고 그곳은 산들바람이 머물고 있었어요. 아버지의 소원대로 거기에 모실께요. 저희들은 아버지가 이 세상에 오래오래 사시기를 원하지만 아버지가 너무나 많이 아프세요. 그래서 말인데요, 아버지가 천국에 가실 때에도 우리 5남매들에게 평생 기억이 남도록 멋지게 입성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이제는 아버지가 천국 문을 열어 달라고 예수님께 기도하세요. 아버지에게 천국이 보이기 시작하면 자식들을 향한 염려 걱정 다 예수님께 맡기실 수 있을 거예요. 그랬더니 아버지가 손을 힘겹게 들어서 가슴에 올려놓으신다. 자식들이 부르는 찬송가 가락을 따라서 손가락을 움직이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니 천국의 빛이 임하는 것처럼 환해지셨다. 그리고 한밤을 지내셨다. 그 날은 어린이주일이었다. 이른 아침에 동생들과 함께 물을 떠다가 깨끗이 목욕을 시켜드리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나와 셋째 동생은 아버지 곁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 나머지는 교회로 갔다. 예배를 드리는 도중에 아버지의 숨이 가빠지셨다. 나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지금 가시면 안돼요. 어머니랑 동생들이 다 예배를 마치고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예수님께 부탁을 하세요. 그래도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전화를 해서 알린 후, 내가 먼저 작별 기도를 했다. 그리고 셋째동생이 이어서 했다. 조금 후에 둘째가 와서 기도하고 여동생도 이어서 기도하고 났는데 목사인 막내가 오지를 않는다. 주일설교를 마치고 어린이주일 행사를 준비시키고 온다고 했는데 늦어지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기도하셨다. 그런데 기도가 끝나자마자 막내목사가 들어온다. 막내가 간절한 기도를 마치니 아버지가 큰 숨을 쉬시고 천국입성을 하셨다. 아버지께서 이런 모습으로 천국을 가시니 우리 5남매의 슬픔까지도 거두어 가셨다. 아버지는 어린이 주일에 어린이와 같은 모습으로 천국에 입성하셨다. 천국가시기 전날 밤 성령님이 나에게 아버지께 권면하도록 주신 말씀이 있다: (시16:11) “주께서 생명의 길을 내게 보이시리니 주의 앞에는 기쁨이 충만하고 주의 우편에는 영원한 즐거움이 있나이다”. 그래도 아버지가 보고 싶다.
새생명장로교회 정철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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